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음식을 먹는 폭식행동과 이로 인한 체중증가를 막기 위한 구토 등의 보상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경성 폭식증은 보통사람들이 먹는 음식 양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단기간에 먹어치우는 폭식행동이 나타나며, 스스로 음식 섭취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폭식 이후 체증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기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고, 스스로 구토를 하거나 이뇨제, 설사제, 관장약 등을 사용하여 체중을 감소시키려는 보상행동을 합니다. 본 글에서는 신경성 폭식증 진단기준과 식욕부진증과의 차이, 유병률과 치료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신경성 폭식증 진단기준
신경성 폭식증의 진단기준은 첫째, 반복적인 폭식 행동과 대부분의 사람이 유사한 상황에서 일정시간 동안 먹는 양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폭식행위동안 조절능력의 상실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둘째, 스스로 구토 또는 설사제, 이뇨제, 관장약, 기타 약물을 남용하고, 금식이나 과도한 운동과 같이 체중 억제를 위한 보상행동을 합니다. 셋째, 폭식과 보상행동이 평균적으로 적어도 1주일에 1회 이상 3개월 동안 이어져야 합니다. 넷째, 체형과 체중이 자기 자신 평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다섯째, 위의 행동들이 신경성 식욕부진증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이러한 다섯 가지 진단조건을 충족할 경우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단됩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과의 차이점
신경성 폭식증 환자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마찬가지로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체중조절을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 폭식행동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이후 먹은 음식을 배출하기 위해 토하거나 약물을 복용합니다. 그러나 신경성 폭식증은 환자들이 정상체중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차이가 있습니다. 폭식증은 식욕부진증보다 더 흔하며 영양실조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 식욕부진증보다 양호한 장애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신경성 폭식증이 신경성 식욕부진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날씬한 몸매를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피하는 등 절제를 하지만, 이내 배고픔에 대한 욕구로 음식 생각에 사로잡혀 폭식하게 되고, 그 후에 토하거나 설사제 등을 사용하는 행동이 반복됩니다. 폭식행동이 나타날 때는 정신없이 매우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며, 때로는 냉장고 안의 음식과 재료를 모두 먹어치우거나 여러 개의 라면을 한 번에 끓여는 등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30배를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폭식행동은 주로 밤에, 집에 혼자 있을 때,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주 나타납니다.
간혹 음식을 씹고 뱉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폭식증 환자는 폭식행동을 한 이후에 구토를 합니다. 처음에는 목구멍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강제로 토하지만, 나중에는 흉부나 복부의 근육을 수축해서 토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합니다. 또한 구토제를 사용하거나, 설사제, 이뇨제를 복용하기도 합니다. 폭식행동이 나타난 이후에는 체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지만 구토 등의 배출행동을 하고 나면 체중이 늘지 않을 거란 확신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러한 폭식행동은 처음에는 배출행동을 비밀로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반복적인 구토로 인하여 치아의 법랑질(치아를 구성하는 치관 중 가장 최상단의 조직.) 손상으로 치아가 손상되며 결국 치아는 좀먹은 것처럼 불규칙한 모양이 됩니다. 손으로 구역질이 나게 하여 구토를 하는 사람들은 치아로 인한 흉터가 손등에 생기기도 하며, 폭식증 여성들은 불규칙한 월경이나 무월경에서 흔히 나타납니다. 만성적으로 설사제나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수분이나 전해질의 장해로 인하여 신체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러한 보상행동으로 식도 손상, 위 파열, 심부정맥 등의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폭식증을 나타내는 사람 중에서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폭식증이 우울증의 한 형태라는 주장이 있기도 했으나 대부분 섭식장애가 우울증상에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식증 환자는 긴장감, 무기력감, 실패감, 자기 비하적 생각을 많이 하며 간혹 자해나 자실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성격 문제, 대인관계의 어려움, 충동통제의 어려움, 약물남용의 문제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유병률
신경 폭식증의 유별은 청소년과 젊은 성인 여성의 1~3%이며, 전체의 90%가 여성입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후기 또는 초기 성인기에서 시작대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선진국에서 더 흔하게 발생합니다.
발생 원인 및 분석
신경성 폭식증과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의 40~50%가 폭식증 증세를 가지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식욕부진증이 폭식증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하지만 식욕부진증 환자에 비해 폭식증 환자는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하여 공통적인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신경성 식욕부진증 환자는 자아와 통제력이 강하지만, 폭식증 환자는 자아와 통제력이 약해 충동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자기 파괴적인 성관계나 약물남용을 보이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정신분석적 입장
정신분석적 입장에서는 폭식증을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성의 표출과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억압과 부인과 같은 방어기제들이 강한 폭식욕구에 의해서 기능을 상실할 때 식욕부진증에서 폭식증으로 전환됩니다. 식욕부진증 환자들은 대인관계에서 위축되는 경향이 있지만, 폭식증 환자들은 타인으로부터 손상이나 처벌을 유발하는 방식의 대인관계를 나타냅니다. 이런 처벌에 대한 욕구는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분노가 기인한 것으로 분노 대상이 음식으로 대체되어 무참하게 음식을 먹어대는 것입니다. 식욕부진증과 폭식증 환자는 모두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지 못하는데, 이러한 대인관계의 갈등이 음식에 대한 갈등으로 대치되는 것입니다.
식욕부진증 음식 섭취 거부를 통해 공격적 감정을 통제하는 반면, 폭식증 환자는 폭식을 통해 사람들을 상징적으로 파괴하고 자기 속에 통합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상관계이론
대상관계이론에서는 폭식증 환자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분리에 의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엄마와의 분리로부터 도움을 주는 담요나 인형과 같은 심리적 전이대상(transitional object)을 갖지 못했으며 대신 자신의 신체를 전이대상으로 사용합니다. 즉,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엄마화 함께 있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고, 음식을 토하는 것은 엄마와 분리하려는 노력을 의미합니다. 폭식증 환자들이 엄마와의 분리를 어려워한다는 주장을 검증하려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폭식증 환자 40명과 정상인 40명의 여성에게 엄마로부터 버림받는 것과 관련된 자극을 제시했을 때, 폭식증 환자 집단이 정상인 집단보다 과자를 훨씬 더 많이 먹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폭식이 엄마로부터 버려지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의 방어 자세라고 해석하였습니다.
행동주의적 입장
행동주의적 입장 역시 폭식증은 식욕부진증과 같이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Holmgren'은 체중증가에 대한 두려움이 음식에 대한 갈등을 유발하며 식욕부진증은 음식 회피행동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여 나타나는 상태인 반면, 폭식증은 음식에 대한 접근과 회피행동이 반복되는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Williamson'은 섭식장애가 취약한 사람들이 과도한 음식섭취, 활동부족, 몸매에 대한 불만으로 체중조절을 위해 절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절식에 대한 반감이 강한 식욕을 불러오는 역효과로 작용하여 폭식행동이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폭식을 하고 나서 체중증가에 대한 불안에 휩싸이게 되는데, 먹은 음식을 토하거나 설자세 등의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이러한 불안이 완화됩니다. 이러한 불안감소가 토하는 행동이나 약물복욕 행동을 강화하게 되고 다시 체중조절을 위해 노력하다가 폭식이 유발되는 폭식-배출의 패턴이 반복됩니다.
생물학적 입장
생물학적 입장에서는 폭식증이 일종의 기분장애라고 주장합니다. 폭식증 환자는 개인력이나 가족력에 우울증이 자주 나타날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사용되는 항우울제에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폭식증과 우울증에 사용하는 항우울제의 용량이 거의 같고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유사하며, 개인에게 있어서 폭식증과 우울증이 함께 나타나거나 개선되는 경향이 보이는 것은 두 장애가 공통적인 생물학적 기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폭식증 초기에는 우울증이 수반되는 경우가 적고, 엄격하게 통제된 가족연구에서 폭식증 환자의 가족에게 기분장애 유병률이 높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는 폭식증을 우울증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없으며 단지 우울증과의 공병률이 높을 뿐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폭식증 치료 방법
폭식증은 식욕부진증과 달리 정상체중이 유지되고 폭식, 배출행동이 몰래 이루어지므로 대개 발병 후 수년이 지난 후에야 치료가 시작됩니다. 폭식증은 심각한 체중감소가 나타나지 않아 주로 외래치료를 받지만 하루에 한 번 이상 폭식, 배출행동을 하거나 심한 우울증, 경계선 성격장애 등을 함께 보일 경우 입원치료를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폭식증 치료의 초기목표는 폭식-배출행동의 악순환을 끊고 섭식행동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하루에 적어도 세 번 식사를 하고 먹는 양을 점차 늘립니다. 아울러 체중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과 태도를 수정하고, 우울증과 같은 이차적인 심리적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한 치료도 함께 시도합니다. 폭식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건강한 식사습관과 체중 조절을 통해 신체가 적응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인지행동적치료
폭식증에 대한 인지행동적치료는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음식을 섭취하되 토하는 등의 배출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여 토하지 않아도 불안이 사라진다는 것을 배우게 합니다. 둘째, 인지적 재구성을 통해 음식과 체중에 대한 비합리적인 신념과 태도를 개선하고 도전하도록 가르칩니다. 또한 인지 형성을 위해 격려하고, 행동실험을 통해 자신의 신념과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합니다. 셋째, 신체를 변화시키는 치료로써 자기 신체의 불만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심상을 통한 신체의 둔감화나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적 평가기법 등을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영양 상담을 통해 건강하고 균형적인 섭식행동을 유도하고 신체의 에너지 요구량과 같은 영양학적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울러 폭식-배출행동을 대신할 수 있는 건강한 식이요법과 운동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신역동 치료
폭식증 환자에게는 정신역동치료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 경우, 환자와 치료자 간의 적대적인 전이와 역전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에 잘 대처해야 합니다. 폭식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치료계획을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수립하는 것입니다. 우울증, 성격장애, 약물남용 등과 같은 심리장애에 대한 치료도 함께 포함되어야 하는데, 특히 경계선 성격장애나 우울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자해나 자살 가능성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끝으로 폭식증은 가족의 식습관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의 치료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